유서를 쓰고 떠난 스쿠터 전국일주!
나는 평범하기를 싫어하지만 누구보다 평범한 대한민국 22살 대학생이다.
이 여행을 기획하게 된 것도 식상하고 평범한 여행이 싫어서였다.
너무나도 알차게 보낸 방학... 인턴, 복싱 합숙훈련과 시합. 그 큰 목표 2개가 성취되고 나니 갑자기 삶이 공허해지고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했고 항상 해외에 가기 전에 우리나라부터 다 돌아보자는 생각이 있었기에 ‘나홀로 전국일주’를 선택했다.
방법들을 생각해보던 도중, 서점에서 스쿠터로 독일에서 중국까지 일주한 사람의 책을 보고는 전율을 느꼈다. 전율은 존경으로 바뀌었고 나도 도전해보기로 결심하였다.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우던 중 많은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가 나를 말렸다. “제발 가지마라, 그러다 훅 간다, 스쿠터가 터진다, 병신 된다, 왜 사서 고생하냐, 범죄자라도 만나면 어떡하냐, 우리 이제 못 보겠네” 등...
그래서 결심했다. 무조건 하기로 ! Impossible 에 점을 찍어보고 싶었다.
경로, 예산, 숙박, 스쿠터 상식, 도로교통 상식, 날씨 등을 알아보고 완벽하게 준비물까지 갖춘 채 출발하였다. 출발 하기 전 날은 나를 엄습해오는 공포와 설렘을 즐기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작성하였다. 출발하기 전 생각한 나의 살 수 있는 확률은 10%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을 지새웠다.
<영정 사진>
<유서>
D day !
<나의 여행 루트>
<첫 날>
수원(학교 기숙사) → 서울역(기차) → 부산역 → 스쿠터 렌트하는 곳 → 김해(장유) → 창원 → 통영 → 남해(독일마을)(게스트 하우스)
<둘째 날>
남해 → 여수 → 순천(자연생태공원 갈대밭) → 보성(녹차밭) → 화순(세량지) → 나주 → 광주(아는 형 집)
<셋째 날>
광주 → 담양(죽녹원, 메타세콰이어길) → 순창 → 남원(춘향이집) → 함양 → 거창 → 고령 → 대구(호텔)
<넷째 날>
대구 → 대구수목원 → 구미 → 군위 → 의성 → 안동(찜질방)
<다섯째 날>
안동 → 영주(실신) → 단양(사고남) → 제천 → 원주(친구집)
<여섯째 날>
원주(병원) → 횡성 → 춘천 → 가평 → 남양주 → 구리 → 서울(이모집) → 파주 (실패)
<일곱째 날>
서울 → 파주(실패) → 대학탐방(경희대, 한국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 → 수원(기숙사)
<여덟째 날>
수원 → 서울 → 파주(실패....) → 인천(공항) → 수원(기숙사)
<아홉째 날>
수원 → 서울역 → 성남 → 판교 → 수원 → 오산 → 평택 → 천안 → 청주 → 세종 → 공주 → 대전(친구집)
<열번째 날>
대전 → 옥천 → 영동 → 김천 → 구미 → 대구(사고남) → 청도 → 밀양 → 김해 → 부산(우리집)
<마지막 날>
부산 → 부산 해운대 → 스쿠터 반납 → 수원역 → 학교 기숙사 !
<첫 날>
<수원(학교 기숙사) → 서울역(기차) → 부산역 → 스쿠터 렌트하는 곳 → 김해(장유) → 창원 → 통영 → 남해(독일마을)(게스트 하우스) >
모든 준비물을 다 챙기고 확인하고 친구랑 이야기를 하며 밤을 새웠다. 불안하기도 하고 7시 기차를 놓칠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가 6시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는데 버스가 막혀 7시차를 놓쳐버렸다! ! 그래서 7시반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10시 15분에 부산 도착! 해서 여행이 틀어질까 급한 마음에 가고 있는데 기차에 지도를 몽땅 놔두고 내려버렸다.... 그래서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가서 간신히 지도를 찾았다. 시작부터 웃지 못 할 헤프닝이 너무 많아서 너무 즐거웠다. 정말 나 혼자 여행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스쿠터 렌트 하는 곳에 가서 예약한 스쿠터를 빌리는 데 성공! 운이 좋게도 내가 사는 곳 근처여서 김해까지 가는 길은 정말 수월했다.
<이번 여행 나의 애마 혼다 pcx 2007 년산 125cc 빅 스쿠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몇 번이나 스쿠터가 옆차선으로 밀려났지만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김해에는 김수로왕릉이나 역사 박물관들이 즐비했다. 가는 길에 장유에 들러 폭포로 유명한 장유폭포를 가서 조금 놀다가 다시 창원으로 출발하였다. 창원으로 가는 길에 3시간을 헤매서 최종목표인 남해에 해지기 전에 가기 위해 간단하게 사진들만 찍으면서 갔다. 시간이 부족해서 통영에 가보고 싶었던 곳들까지 깊숙이는 못 갔다.
날씨도 너무 좋고 가는 길 경치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운전을 하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너무 좋으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계속 스쿠터를 세우고 싶었다. 조금 갔다 세우고 사진 찍고를 반복하면서 결국 예약해놓은 남해 독일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가보니 아저씨 2분이 계셨다. 회에 매운탕에 맛있는 걸 잔뜩 사오셨다. 고맙게도 나를 초대해주셔서 정말 원없이 먹었다.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즐거운 첫 날을 보냈다.
<둘째 날>
남해 → 여수 → 순천(자연생태공원 갈대밭) → 보성(녹차밭) → 화순(세량지) → 나주 → 광주(아는 형 집)
일출을 보려고 5시에 일어났다. 인터넷에 나온 일출 시간은 5시 50분. 남해까지 가서 태양을 기다렸다. 6시쯤 해가 수면 위로 드러났는데 그 장면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가 않았다.
<남해 일출과 남해 독일마을>
일출을 다 보고 순천을 향해 가는 길에 아주 예쁜 다리가 있길래 그 다리를 탔는데 (이순신대교) 여수로 가는 길이어서 그냥 여수를 다 구경하고 순천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순천 자연생태공원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사진 몇 장 찍다 가야지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예뻐서 산 위에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가버렸다. 그렇게 왕복 2시간을 땡볕에 걸었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부모님에게 엽서도 쓰고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것보다는 밑에서 보는 경치가 더 예뻤던 것 같다.
<순천 자연생태공원의 갈대밭>
보성 녹차밭은 정말 예뻤다. 화순 세량지도 좋았지만 인터넷의 사진들만큼 이쁘지는 않았다.
<보성의 녹차밭>
광주를 가서 재수공부를 하며 친해진 형을 만나 시내도 돌고 광주 사람들도 만나봤다. 그 형 집에 가서 꿀잠을 잤다!
<셋째 날>
광주 → 담양(죽녹원, 메타세콰이어길) → 순창 → 남원(광한루) → 함양 → 거창 → 고령 → 대구(호텔)
아침에 일어나니 형네 어머니가 광주 식사를 차려주셨다! >_<!!!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조금...짠 맛이 없잖아 있었다. 든든하게 과일까지 얻어먹고 담양을 향해 갔다!
<광주에서 한 컷>
죽녹원을 먼저 갔는데 죽녹원의 공기는 정말 최고로 신선한 공기였다. 대나무 한 칸 한 칸 사이에서 맛있는 공기가 스며 나오는 것 같았다.
<담양의 죽녹원>
메타세콰이어길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생각보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정말 “와.....” 라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로...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전율이 난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순창을 거쳐 남원에 있는 춘향이 집을 갔다. 유명세에 비해 너무 좁았다! 하지만 민속놀이도 해보고 춘향이 그네도 올라가보고 무엇보다 연못과 나무, 돌다리와 옛날 건물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웠다.
<남원의 광한루>
춘향이집을 보고 대구로 쭉 가서 친구한테 막창을 얻어먹고 호텔에서 사우나를 하고 잠을 청했다. 내가 호텔에서 묵은 이유는 청춘 때 꼭 한 번 최고급 사치를 부려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그걸 이번 기회에 해보고 싶어서이다. 고생도 해보고 한 번 그 반대도 겪어보고 싶었다! 공부를 열심히 할 동기도 생기게!?
<넷째 날>
대구 → 대구수목원 → 구미 → 군위 → 의성 → 안동(찜질방)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아는 누나를 만났다. 점심을 먹기로 해서 맛있다는 와플집에 가서 와플을 먹고 빙수로 유명한 집을 가서 맛난 빙수를 먹었다!
그러다 누나가 수목원에 놀러가자고 해서 비록 내 목적지와 반대방향이지만 누나를 태우고 수목원까지 갔다.
수목원은 예전에 쓰레지매립지였다고 한다. 헌데 냄새가 정말 좋았다.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상 악취가 날 지도 모르는데 이 곳은 그냥 좋았다 ^^
무궁화원도 있고 이름 모를 수많은 꽃들, 나무들이 있었다. 영화 ‘트와일라잇’ 에 나올 법한 나무들이 많이 서있었다.
<대구 수목원>
수목원을 다 본 후 누나와 헤어지고 안동까지 쭉 갔다! 하필이면 이 날 비가 와서 하회마을도 못 가고 도산서원도 못 갔다. 안동은 정말 볼 게 많다고 하는데 다 위치가 극과 극에 있어 여행하기가 힘든 것 같다.
비가 와 일찍 찜질방에 가서 푹 잤다. 그 다음 날 비가 안 오길 바라며...
<다섯째 날>
안동 → 영주(실신) → 단양(사고남) → 제천 → 원주(친구집)
안동 찜질방에서 7시에 출발을 했다. 갈 길이 멀었다!
출발할 때 비가 안 와서 반팔 반바지에 떠났는데.... 국도를 쌩쌩 달릴 때 너무 비가 많이 왔다. 비가 내 몸을 슝슝 뚫을 듯 아팠다.
너무너무 추웠고 배가 고팠고 피곤했다. 가방에 있는 긴바지에 양말, 긴팔져지까지 껴입었는데도 추워서 벌벌 떨었다. 여름인데 뭐가 춥냐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
진짜 추웠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냥 따뜻한 물에 그렇게도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건 없었고 비가 너무 내려 영주에 아무 빌라 주차장에 스쿠터를 세우고 바로 벽에 등을 기대고 잠을 잤다... (잠을 잔건지 기절한건지 아직 모르겠다..)
2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사람들이 차를 빼고 집에서 나오고 해서 일어났다. 아직 추웠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 여기서 일어나는데... 대구에서 만난 친구가 스쿠터 트렁크에 담배랑 라이터를 두고 갔는데 너무 추워서 피지도 않는 담배를 피며 몸을 녹이려 했다. 손에 담배를 지져도 보고 온갖 발악을 다 했다..
아직 비는 여전했다. 빗발이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비가 덜 내리길래 피시방이나 영화관에 가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려고 시내를 향해 출발했다. 피시방에 도착해 바로 뜨거운 컵라면을 시켜 몸을 녹였다.
어느 정도 몸을 회복시킨 후 영주에 사는 후배와 맛난 점심을 먹었다! 따끈따끈한 국산 돼지!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비도 안 왔고!
이제 제천으로 슝슝! 원래는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어서 전화도 해보고 했는데 날씨 때문에 그냥 지나가야 했다..
<충청도의 안개? 날씨가 안 좋음 ㅠㅠ>
제천에 가는 길에서는 사고가 났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천에 거의 다 와서 후배랑 연락을 하면서 운전을 했다. 그러다 앞에 있는 트럭이 급정거를 했고 나는 그걸 피하느라 옆으로 급정거를 하며 피했고 그와 동시에 스쿠터, 나, 핸드폰, 슬리퍼 등이 날라갔다. 너무 아팠는데 뒤에 차들이 올까봐 얼른 재정비를 하고 출발했다. 양말이 찢어지고 바지가 찢어지고 스쿠터 부품 몇 개가 부서졌다ㅠㅠ내 수리비...
그렇게 결국 제천에서 후배를 만나 제천 의림지를 구경하고 맛있는 빙수를 먹고 갈비찜과 곤드레밥을 먹었다.
밥을 든든하게 먹고 원주로 갔다! 원주의 친구집에서 얻어자기로 했기에!
친구를 만나 친구 아버지가 시켜주신 통닭도 먹고 놀다가 잠을 잤다!
<여섯째 날>
원주(병원) → 횡성 → 춘천 → 가평 → 남양주 → 구리 → 서울(이모집) → 파주 (실패)
아침에 일어나보니 친구 어머니가 아침 밥상을 차려주셨다! 광주 아침 밥상에 이어 원주 밥상까지! 원주의 밥상은 광주와는 반대로 싱거운 편이었다. 둘의 공통점은 그에 상관없이 정말 맛있다는 것? 진짜 눈물나는 맛이었다.
밥을 먹고 움직이는데 전 날 다친 곳이 생각보다 아파 병원을 갔다. 일요일이어서 걱정을 했는데 종합병원이 있었다. 가서 사진을 찍고.. 진료를 받았더니...
왼 발 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살점도 부분 부분 파이고.. 부분 화상도 입고! 평소 같았으면 입원치료에 깁스를 줬을텐데 여행을 완주해야 한다고 하니까 반깁스를 주셨다. 반깁스와 신기하면서 아픈 살점 치료를 하고.... 다시 떠났다.
<ㅠㅠ>
정말 아쉬웠던 점은 가평에서 번지점프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걷기조차 힘들어서 눈앞에서 번지점프대를 보고서도 지나가야 했다. 남이섬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부상 때문에 눈물을 머금으며...ㅋㅋ 지나갔다
<가평의 용추계곡>
이 날의 최종 목적지는 파주였는데 서울에 도착하니 길이 너무 복잡해서 네비를 보고서도, 지도를 보고서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스쿠터로 갈 수 있는 길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파주를 못 가고 이 날 강남역에서 친구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선물을 사고 파티를 갔다. 그렇게 놀다가 근처 이모집에 가서 잠을 청했다!
<일곱째 날>
서울 → 파주(실패) → 대학탐방(경희대, 한국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 → 수원(기숙사)
아침에 일어나니 사촌들이 서울 밥상을 차려주었다. 김치찌개에 계란찜에 감자튀김... 서울의 음식은....달았다.... 사촌동생이 김치찌개에 설탕을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단 맛이 났다 ~_~
또 파주를 향해 난 출발했다! 이 날도... 복잡한 서울길로 인해 파주로 가지 못 하고 돌기만 했다. 승용차들과 경쟁을 하다가 어느새 자동차전용도로가 나타나게 되고 나는 옆으로 빠지고... 시내를 돌고 돌고...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그래서 그냥 근처에 대학들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경희대는 정말 예쁜 학교였다! 연세대도 멋있었다!
그렇게 학교들을 구경한 뒤 다리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서울역에 스쿠터를 세우고 학교 기숙사에 가서 쉬었다.
<수원 하늘>
<사진 한 컷!>
<여덟째 날>
수원 → 서울 → 파주(실패....) → 인천(공항) → 수원(기숙사)
기숙사에서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 여행 이야기도 들려주며 놀다가 다시 서울을 향해 떠났다.
사실 이 여행이 좀 루트가 정상적이지 못한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내 스케줄 때문이다. 원래는 부산에서 서쪽으로 쭉 가서 목포쪽을 찍고 김포쪽 북쪽으로 쭉 가고 이제 강원도 동쪽으로 가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이 날 내가 몸담고 있는 광고 학회의 팀 프로젝트 촬영날이었고
학교에서 외국인 도우미를 하고 있어 이것의 OT 와 외국인 친구를 픽업하러 가야했다.
그래서 뱀처럼 동쪽 서쪽 휩쓸며 여행한 것이다!
광화문, 청계천, 삼청동 등을 다니며 팀 촬영을 완성했고
스쿠터를 다시 서울역에 세우고 인천 공항으로 갔다!
외국인 친구를 잘 찾아서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같이 갔다.
<사진 투척!!!>
그래서 이 날은 여행이라고 하기는 좀 뭣했지만 서울을 두루 구경할 수 있었고 멀어서 엄두를 못 냈던 인천과 김포공항에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아홉째 날>
수원 → 서울역 → 성남 → 판교 → 수원 → 오산 → 평택 → 천안 → 청주 → 세종 → 공주 → 대전(친구집)
스쿠터를 가지고 다시 서울역에 가서 스쿠터를 가지고 학교로 내려왔다!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에서 충청도를 제천, 단양 빼고는 못 가봐 일부러 많은 지역을 거쳐 갔다!
결국 이 날의 목적지인 대전에 도착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맛있는 것도 먹고 시내 구경도 했다. 대전은 정말 밖에서 듣던 만큼 발달된 곳은 아니었다. 시청이 있고 완전 시내인 곳은 1초 강남 같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그렇게 발달된 곳이라는 느낌은 못 받았다.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세워져있는 아파트들 그리고 큼직한 길은 좋았다!
<열번째 날>
대전 → 옥천 → 영동 → 김천 → 구미 → 대구(사고남) → 청도 → 밀양 → 김해 → 부산(우리집)
으아... 이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막막하다. 마지막을 정말 화려하게 장식했다..
우선 대전에서 한번에 부산으로 넘어가야 해서 출발부터 부담이 컸다. 이제까지 여행중에 제일 장거리 코스였고 내일까지 스쿠터 반납이라는 강한 물리적인 압박이 있었기에 더 부담이 컸다.
훌훌 떠나니 생각보다 금방 대구 근처까지 도착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스쿠터가 덜컹덜컹 거리더니 몸이 날라갈 만큼 크게 흔들렸다. 그 때 그 밍기적한 기분은 아직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기름을 밟았나... 싶을 정도로 미끌거렸다. 하지만 그곳이 너무 시골이어서 조금만 더 가서 뭐가 보이면 세우자 싶어서 더 가려고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스쿠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당장 멈추고 스쿠터를 점검했더니 뒷바퀴가 터져있었다.
뜨아.... 아주 외진 곳이었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 근처 모든 수리소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다 거리가 멀다거나 근처 카센타를 가보라던가 출장수리는 안 한다는 대답들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너무 절실해서 그나마 제일 친절했던 사장님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더 걸어서 사정을 말하고 부탁드렸다. 사장님은 나를 딱하게 생각해주시고 직접 와주셨다! 40분 거리를!
스쿠터 상태를 점검받고 트럭에 스쿠터를 실고 같이 사장님 가게로 갔다.
거기에는 총 6명의 라이더 아저씨들이 계셨는데 모두 스쿠터 상태를 보고서는
‘살아있는게 기적’ 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셨다. 뒷바퀴가 마모되어서 실밥이 터진 것이다. 렌트해준 곳에서 이런 타이어를 빌려준 게 비정상적이라고 진짜 자살 행위라고... 진짜 다행이라고... 하늘이 살린 생명이라고... 나는 바보같이 그 때 좀 우쭐했었다. 역시 난 대단해 (?!) 으하하하 그냥 단순무식한 바보라고 하는게 맞겠다...
결국 타이어를 새로 갈았다! 그런데 사실 이 때 내가 가지고 있는 3개의 통장에 분산되어 있던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그래서 수리하는 3시간 동안 나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서 스쿠터 타이어값을 얻어냈다...
정말 여행의 백미였다. 무일푼이 되는 것... 돈을 그렇게 안 쓰고 살아서 돈이 없을 때의 불편함을 전혀 몰랐는데 막상 다가오니까 진짜 색다르고 절박했다.
간신히 돈을 인출 하고 아저씨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소파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수리가 다 되어있었고 얼른 부산으로 떠났다. 정말 고마운 아저씨들한테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진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들이 안 계셨으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생각하기도 무섭다. 진짜 너무 너무 감사하고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부산으로 출발했고 나름 지도를 보면서 지름길로 가려는 나의 노력덕에 훨씬 돌아가는 보상을 얻었다. 하하....
산전수전 끝에 부산에 도착했고 엄마를 만나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사실 엄마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신다... 여행을 간다고만 말씀드렸지 절대 스쿠터로 간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었다. 만약 말씀드리면 내가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시간이 엄마에게는 지옥길을 여행하고 있는 기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말씀 못 드렸는데 계속 모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끔찍이도 아들을 사랑하시는 분이라서 말이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깁스를 풀고 멀쩡하게 걷는 연습을 충분히 하고 집에 갔다. 금방 다리 다친 사실은 들켜버렸지만...
아무튼 그렇게 나는 부산 도착에 성공했고 정말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
<마지막 날>
부산 → 스쿠터 반납 → 부산 해운대 → 수원역 → 학교 기숙사 !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 아는 선생님에게 가서 인사를 드리고 단골음식점에 가서 행복한 식사를 하고 스쿠터를 반납했다. 수리비가 렌트값 못지않게 나와서 씁쓸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어깨에 걸려있는 책임감이 없어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랑 차를 타고 해운대를 구경하러 갔다. 역시 해운대는 전국구였다. 남해바다랑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해운대를 잘 구경하고 나는 곧바로 기차를 타고 학교로 떠났다. 기차 이동 경로를 통해 나는 울산과 경주도 경유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
이번 여행에서 큼지막한 곳 중에서는 파주, 목포 등의 남서지방!, 강원도 북동쪽, 태안, 울릉도독도, 전주를 빼고는 다 간 셈이다! 강원도는 이번 여름에 시합 하러 갔기 때문에 충분했지만 파주를 못 간 것은 두고두고 한이 될 것 같다. 다음에 따로 꼭 가서 DMZ를 봐야겠다.
휴......여행이 끝났다. 이번 여행의 휴우증은 아직도 남아있다. 4주 동안 깁스를 하라고 했는데 4일만에 풀어버렸으니... 지금도 걷기가 힘들다ㅠㅠ 얼른 병원에 가야겠다. 이번에는 왼발뿐 아니라 오른발도 깁스를 해야 할 판이다...
아아... 여행기를 쓰려고 사진들을 다시 보는데 소름이 쫙 끼쳤다. 우리나라는 정말 너무너무 멋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여행의 추억들이 너무 소중했다. 혼자 너무 들떠있었고 너무 행복했었다. 뒤도 안 보고 한 패기어린 도전.
문득 드는 생각은 인생이 여행이랑 닮았다는 점이다.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고 넘어지고 다치고 사고도 나고 터프하게도 살아보지만 결국 원하던 목표점이 있고 그 곳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는 것이 말이다. 즐거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말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좋은 세상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좋은, 값진 경험도 많이 해보고 한 단계 성숙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 하지만 절대 스쿠터를 이용한 전국일주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ㅋㅋㅋ
적어도 지구인에게는....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의 여행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사진들이 정말 많지만 30장 내로 올려야 해서 대표하는 사진들을 올려보았습니다. 혹시나 저의 여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따로 물어봐주세요! 기가 막힌 사진들도 드릴 수 있고 팁도 제가 아는 한 다 알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